AI 블로그 글쓰기, 경험을 지어내지 않게 하려면 — 쓰기 전에 질문부터 받는 법
챗GPT 같은 AI에게 가게 블로그 글을 맡기면 문장은 몇 초 만에 나옵니다. 문제는 그 안에 들어가는 경험입니다. 손님이 자주 하는 실수, 가장 좋은 시간대, 실제 이용 조건 같은 것들은 AI가 알 수 없는데도 그럴듯하게 채워 넣습니다. 읽는 사람은 그게 지어낸 말인지 알 수 없고, 쓴 사람도 바쁘면 그냥 넘기게 됩니다.
보통리 블로그도 한때 인기 검색어에 맞춰 하루 두 편씩 글이 자동으로 나갔습니다. 글은 쌓였지만 직접 겪은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고, 방문자가 늘어도 문의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멈췄습니다. 그 뒤로 바꾼 방식 하나가 글을 쓰기 전에 AI가 저에게 질문부터 보내게 하는 것입니다.
이 글은 AI로 가게나 작업실 블로그를 꾸려 보려는 1인 사업자와 프리랜서를 위해 썼습니다. 질문을 어떻게 받는지, 어떤 질문이 좋은지, 답은 얼마나 하면 되는지를 실제로 주고받은 질문과 답으로 정리했습니다.

AI는 모르는 칸을 그럴듯하게 채웁니다
9월 초, 스튜디오를 빌려 혼자 촬영하는 손님을 위한 글을 준비할 때였습니다. AI가 보낸 첫 질문은 이랬습니다.
“셀프 촬영 손님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는 무엇인가요? (예: 동조기를 안 가져옴 / 세팅에 시간을 다 씀 / 옷 갈아입는 시간을 계산 안 함)”
예시로 붙은 세 가지는 모두 그럴듯합니다. 실제로 있을 법한 일이고, AI가 혼자 썼다면 이 셋이 그대로 '셀프 촬영 실수 세 가지'가 됐을 겁니다.
그런데 제 답은 달랐습니다.
“너무 완벽하게 찍으려고 애쓰다가 스트레스만 받을 수 있는데, 그냥 대충 여기저기 놓고 많이 찍다 보면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음. 자기 카메라에 맞는 삼각대는 챙겨 오기.”
현장에서 손님을 보는 사람이 꼽는 실수는 장비 목록이 아니라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이 차이는 AI가 아무리 매끄럽게 써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만 압니다.
질문 카드는 이렇게 받습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글을 시키기 전에 이렇게 말해 둡니다.
“글을 쓰기 전에, 내가 아니면 모르는 것을 질문 3~5개로 정리해서 먼저 보여 줘. 답을 받기 전에는 경험, 숫자, 후기를 지어내지 말고 그 자리는 비워 둬.”
저는 이걸 '자료 요청 카드'라고 부릅니다. 카드 한 장에는 네 가지가 들어갑니다.
셀프 촬영 글의 카드에는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가장 흔한 실수, 옷 갈아입을 공간과 전신거울이 있는지, 지금 있는 배경지 색, 이 계절에 자연광이 가장 좋은 시간, 셀프 촬영이면 최소 몇 시간을 권하는지.
제 답은 대부분 한 줄이었습니다. 자연광은 “오전 9시, 오후 5시”, 시간은 “최소 예약 가능 시간이 2시간”. 여기에 사진 몇 장을 붙여 보냈고, 그 답으로 렌탈스튜디오 셀프 촬영 글이 그날 나갔습니다.

좋은 질문의 기준 세 가지
질문이 엉성하면 답하기 귀찮아지고, 결국 AI에게 그냥 알아서 쓰라고 하게 됩니다. 세 가지만 지키면 답이 쉬워집니다.
1. 내가 아니면 답할 수 없는 것만 묻는다. 제도나 일반 정보처럼 찾아보면 나오는 것은 AI가 조사하면 됩니다. 사장에게 물을 것은 경험, 판단, 실제 조건, 사진입니다.
2. 한두 줄로 답할 수 있게 묻는다. “셀프 촬영에 대해 알려 주세요”는 답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자주 하는 실수 한두 가지”는 바로 답이 나옵니다. 예시 보기를 붙이면 더 쉬워집니다. 다만 앞의 경우처럼 보기와 전혀 다른 답이 나오면, 그게 그 글의 핵심입니다.
3. 숫자는 확인할 곳을 정해 둔다. 가격, 시간, 인원 같은 숫자는 기억으로 답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하루 대관 조건을 정리하면서, 제가 기억하던 조건과 예약 페이지에 실제로 설정된 값이 달랐던 적이 있습니다. 결국 예약 페이지 값을 기준으로 블로그와 다른 예약 창구의 안내를 맞췄습니다. 손님은 예약 페이지에 적힌 숫자를 보고 옵니다.
답은 대충 해도 됩니다, 대신 단어는 한 번 봅니다
배경지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빨강 초록 노랑 같은 원색, 그거 뭐지, 배경색 없애는 거 그거 용으로 있음. 검정, 흰색 커다란 배경 천도 있음.”
말이 생각나지 않아 대충 적은 답입니다. AI는 이걸 자기 식으로 이어 붙여 '초록 배경지는 배경을 지우고 합성하는 촬영에 쓴다'고 썼습니다. 실제로는 배경을 바꾸는 용도의 크로마키용 배경지가 따로 있고, 빨강·노랑·초록은 그냥 컬러 배경지입니다. 글이 나간 날 다시 읽다가 둘을 나눠 고쳤습니다.
여기서 배운 것은 두 가지입니다. 답은 말하듯 짧게 해도 됩니다. 대신 초안에서 내 답이 어떻게 옮겨졌는지, 손님이 실제로 쓰는 단어인지는 한 번 봐야 합니다. 촬영하는 사람들이 찾는 말은 '합성용'이 아니라 '크로마키'입니다. 단어 하나가 검색에 걸리느냐를 가릅니다.
답 다섯 줄이 글 네 편이 된 날
질문을 받아 쓰면 글이 얕아질 것 같지만, 해 보니 반대였습니다.
본식 스냅 글을 준비할 때 AI는 바로 쓰지 않고 이렇게 적어 보냈습니다. 본식 스냅은 인터넷에 일반적인 체크리스트가 넘치고, 그걸 조합해 쓰면 어디서 본 글이 된다, 그러니 실제로 어떻게 찍는지를 알려 달라고요. 질문은 다섯 개였습니다.
그중 하나가 “예식장마다 다른 조건 중 촬영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였습니다. 제 답은 이랬습니다. 어두운 홀은 눈으로 볼 때는 스포트라이트가 모여 좋아 보이지만, 신랑·신부가 입장해 움직이는 동선을 조명이 받쳐 주는지가 중요하다. 조명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면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데, 그건 사진작가 탓이 아니라 조명 문제다. 그 점에서는 밝은 홀이 더 안전하다.
이 답 하나가 예식장 조명 글 한 편이 됐습니다. 1인 촬영과 2인 촬영의 차이를 물은 질문의 답은 또 한 편이 됐고, 공개 동의를 받아 둔 친구 결혼식 사진 두 묶음은 포트폴리오 두 편이 됐습니다. 그날 하루에 네 편이 나갔습니다.
근거가 없는 날은 쓰지 않게 합니다
질문 카드와 함께 정한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이미 확인된 사실만으로 글이 되면 쓰고, 내가 아니면 모르는 내용이 글의 뼈대인데 답이 없으면 그날은 쓰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한 편도 나가지 않는 날이 생깁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AI는 쓸 거리가 없어도 무언가를 써 냅니다. 대개는 어디서 본 듯한 일반론이고, 손님에게 우리 가게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는 글입니다. 그런 글이 쌓이는 것보다 질문 한 장이 남는 날이 낫습니다.
오늘 해 볼 수 있는 순서
초안을 받은 다음 단계, 그러니까 AI 초안을 내 글로 다듬는 방법은 AI 초안을 내 글로 바꾸는 법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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