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제작 견적 비교하는 법
옷을 처음 만들어 보려는 분들이 견적을 두세 군데 받아 보면, 금액보다 견적서의 생김새가 서로 달라서 먼저 당황합니다. 어떤 곳은 장당 금액 하나만 적어 보내고, 어떤 곳은 원단과 부자재와 공임을 줄줄이 나눠 적고, 어떤 곳은 "수수료 없음"을 앞에 내겁니다. 이 상태로는 무엇이 싼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15년 동안 옷을 디자인하고 생산을 맡아 오면서, 견적을 비교하려는 분께 제가 가장 먼저 드리는 말은 이것입니다. 수수료율을 비교하지 말고, 장당 원가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받아서 비교하세요. 다른 업체에 맡기시더라도 그대로 쓰실 수 있도록 견적서를 읽는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1. '수수료 없음'이 더 비쌀 수 있습니다
제가 의류 제작을 안내하면서 예로 들어 온 비교가 있습니다. 같은 티셔츠 100장을 두고 받은 두 견적입니다.
수수료라는 단어가 없는 쪽이 싸 보이지만 장당 금액은 두 배입니다. 숫자는 원단과 후가공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니 구조를 보시라고 드는 예입니다.
수수료가 없다는 말은 마진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마진이 장당 금액 안에 섞여 보이지 않는다는 뜻일 때가 많습니다. 일을 맡는 쪽이 마진을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비교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마진이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얼마가 들어 있는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견적을 받으시면 이렇게 한 문장만 물어보시면 됩니다. "장당 금액을 원단, 부자재, 공임, 후가공, 마진으로 나눠 주실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답이 오면 그때부터 비교가 됩니다.
2. 장당 원가는 다섯 덩어리로 나뉩니다
옷 한 장의 원가는 대개 이렇게 나뉩니다.
여기에 일을 맡은 쪽의 마진이 붙습니다.
제가 실제로 쓰던 작업지시서 한 장을 보여 드립니다. 양털 조끼를 만들 때 쓴 것입니다. 맨 아래 칸들에 원단, 로스, 단추가 한 줄씩 올라가 있고, 줄마다 구입처, 자재 이름, 단가, 들어가는 양, 합계를 적습니다. 위쪽에는 봉제 공임을 적는 칸이 있고, 그 아래로 시야게(실밥 정리와 다림질 같은 마무리), 나염, 워싱 칸이 이어집니다. 이것들을 모두 더한 값이 왼쪽의 생산 원가 칸에 들어갑니다. 숫자와 업체 이름은 거래처와의 가격이라 가렸습니다.

이 표에서 견적을 볼 때 쓸 수 있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원단값은 단가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같은 원단이라도 오버핏이거나 기장이 길면 한 벌에 드는 양이 늘어납니다. 원단 단가가 싼 견적이 꼭 원단값이 싼 견적은 아닌 이유입니다. 견적서에 원단 단가만 있고 한 벌에 드는 양이 없다면 물어보세요.
로스가 따로 보이는지 보세요. 재단을 하면 버려지는 부분이 반드시 생깁니다. 로스가 따로 적혀 있으면 원단값이 어떻게 나왔는지 따라가기 쉽습니다. 따로 없다면 원단값 안에 들어 있는지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지시서 맨 위에는 판매가를 적는 칸도 있습니다. 원가는 결국 팔 가격과 나란히 놓고 봐야 하는 숫자라서, 만드는 쪽에서도 그 둘을 한 장에 같이 적습니다.
3. 단가는 수량을 맞춰야 비교가 됩니다
견적서의 장당 금액은 언제나 몇 장을 만든다는 전제 위에 있습니다. 같은 옷이라도 수량이 바뀌면 단가가 바뀝니다.
제 기준으로 한 장도 만들 수는 있지만, 판매할 수 있는 단가가 나오는 것은 최소 20장부터입니다. 그리고 장수가 늘수록 장당 비용은 내려갑니다. 재단과 봉제를 준비하는 수고는 몇 장을 만들든 비슷하게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견적 두 개를 놓고 비교할 때는 같은 수량 기준인지부터 맞춰야 합니다. 한 곳은 100장 기준, 다른 곳은 300장 기준으로 단가를 냈다면 둘을 나란히 놓을 수 없습니다. "50장일 때와 100장일 때 각각 얼마인가요"처럼 수량 두 개로 물어보시면, 그 업체의 단가가 수량에 얼마나 민감한지도 함께 보입니다.

4. 견적서 밖에서 붙는 돈 — 샘플비와 라벨
장당 단가만 비교하다 보면 놓치기 쉬운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샘플비 — 본 생산 전에 한 번 드는 개발비입니다. 패턴(옷의 설계도), 그레이딩(사이즈별 설계도), 샘플 공임, 디자인 철형비로 이루어지고, 이 가운데 패턴·그레이딩·철형 세 가지는 본 생산에서 다시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샘플비가 장당 단가에 섞여 있는지, 따로 받는지를 확인해야 공정한 비교가 됩니다. 샘플비가 왜 이렇게 구성되는지는 샘플비와 일정을 정리한 글에, 샘플을 몇 번 뜨게 되는지는 체형 맞춤 옷의 샘플 횟수 글에 적어 두었습니다.
라벨과 행택 — 브랜드 라벨은 최소 1,000장부터 개당 100~350원, 행택은 최소 500장부터 개당 150~300원에 만듭니다. 처음 주문할 때 이 최소 수량을 한꺼번에 맞춰야 하니, 첫 생산에만 175,000~500,000원이 더 듭니다.
이 돈을 첫 생산 수량으로 나눠 보면 크기가 보입니다.
남은 라벨과 행택은 다음 생산에 그대로 쓰니 버리는 돈은 아닙니다. 다만 첫 생산의 현금 계산에는 들어가야 합니다. 견적서에 라벨이 포함인지 별도인지, 최소 수량이 얼마인지 꼭 물어보세요. 라벨은 만드는 데 1~2주가 걸려서 샘플 단계에서 같이 주문해야 본 생산 일정이 밀리지 않습니다.
5. 일정과 불량 기준도 견적의 일부입니다
금액이 비슷하다면 그다음은 일정과 책임입니다.
견적 받을 때 물어볼 일곱 가지
제가 견적을 드리는 방식
저는 견적을 드릴 때 제조 원가를 공개하고, 샘플비와 장당 마진을 따로 적어 드립니다. 팔 물건의 원가를 낮춰야 파는 분의 수익이 남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순서는 먼저 만들고 싶은 품목과 컨셉을 듣는 미팅을 하고, 맞는 디자인과 원단을 모아 함께 고르는 미팅을 한 번 더 한 뒤, 샘플과 수정을 거쳐 생산하는 흐름입니다. 나염과 자수에 들어갈 그래픽도 직접 작업합니다.
정리
만들고 싶은 옷과 대략의 수량을 알려 주세요. 원가를 나눠 적은 견적으로 먼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의류 제작 견적 문의하기 · 자주 받는 질문은 의류 제작 FAQ에, 지난 작업은 프로모션 작업 기록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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