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를 끄면서 배운 것: 남긴 자동화와 지운 자동화
업무 자동화를 다루는 글은 대부분 켜는 법을 말합니다. 어떤 도구를 쓰고, 어떻게 연결하고, 무엇을 자동으로 돌릴지를 설명합니다.
정작 어려운 건 그 다음입니다. 돌려 보니 도움이 안 되는 자동화를 끄는 일입니다. 만드는 데 시간을 들였으니 아깝고, 켜져 있으면 뭔가 돌아가는 것 같아 안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보통리에서는 지난 몇 달 동안 매일 도는 자동화를 여럿 껐습니다. 무엇을 왜 껐고, 무엇이 살아남았는지 정리했습니다.
껐다 ①: 할 일을 자동으로 오늘 날짜에 배정하던 기능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각에 밀린 할 일을 찾아 오늘 일정으로 옮겨 주는 자동화가 있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맞는 기능입니다. 안 끝난 일은 언젠가 해야 하니까요.
문제는 맥락이 빠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정이 미뤄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일이 급해졌거나, 상대방 답을 기다리는 중이거나, 아예 안 하기로 판단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자동화는 그 사정을 모른 채 밀린 항목을 오늘로 끌어옵니다. 그러면 아침마다 할 일 목록이 실제로 할 수 없는 양으로 불어납니다.
목록이 현실과 어긋나기 시작하면 사람은 목록을 안 보게 됩니다. 자동화가 도구를 무력화한 셈입니다.
지금은 이 기능을 꺼 두고, 대신 맥락을 아는 쪽이 짧게 판단합니다. 애매하면 물어보고, 확정된 것만 일정에 넣습니다. 기계적으로 옮기지 않습니다.
껐다 ②: 작업이 끝날 때마다 오던 알림
작업이 하나 끝날 때마다 메신저로 알림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유용했습니다. 뭐가 돌아가는지 보이니까요.
몇 주가 지나니 하루에 수십 개가 쌓였고, 읽지 않고 넘기게 됐습니다. 그러다 정작 중요한 알림 — 백업이 실패했다는 경고 — 도 같은 더미에 섞여 묻혔습니다.
알림의 값어치는 개수가 아니라 하나가 왔을 때 반응하게 되는가에 있습니다. 매번 오는 알림은 아무것도 알리지 않습니다.
지금 알림은 두 가지만 옵니다. 백업이 실패했을 때와 주간 점검 요약입니다. 알림이 뜨면 실제로 봐야 할 일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껐다 ③: 하루 두 편씩 자동으로 나가던 글
인기 검색어를 골라 하루 두 편을 자동 발행하는 구조가 있었습니다. 숫자로 보면 성과가 좋아 보입니다. 한 달이면 60편이 쌓입니다.
하지만 쌓인 글을 보니 직접 겪은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검색어에 맞춰 일반적인 정보를 조합한 글이었고, 어느 블로그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방문자가 늘어도 문의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양이 목적이 되면 품질을 볼 이유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자동 발행을 멈췄습니다.
지금은 조건부로 다시 돌립니다. 이미 확인된 사실로 글이 성립하면 그대로 발행하고, 직접 겪은 사람만 아는 내용이 글의 뼈대라면 발행하지 않고 물어봅니다. 그날 한 편도 안 나가는 날이 생깁니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살아남은 자동화의 공통점
껐던 것들과 달리 계속 돌아가는 자동화들이 있습니다. 작업 시작할 때 상태를 점검하는 것, 끝날 때 설정과 데이터를 백업하는 것, 주 1회 보안을 정밀 점검하는 것, 한 달에 한 번 저장 공간을 확인하는 것 등입니다.
이것들에는 공통점이 네 가지 있습니다.
거꾸로 껐던 자동화들은 판단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오늘 무엇을 할지, 지금 알릴 만한 일인지, 이 주제로 글을 낼 만한지 — 전부 사정을 알아야 정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끌지 말지 판단하는 네 가지 질문
돌리고 있는 자동화가 있다면 이렇게 확인해 보세요.
정리
자동화는 만드는 것보다 정리하는 쪽이 어렵습니다. 만든 것을 지우는 일은 실패를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 쓰는 자동화는 그냥 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알림을 늘려 중요한 신호를 묻고, 목록을 부풀려 도구를 못 믿게 만들고, 고장 나면 고쳐야 할 짐이 됩니다.
반복되고, 판단이 필요 없고, 잊어버리면 손해가 큰 일 — 자동화가 잘하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나머지는 사람이 판단하고, 자동화는 그 판단을 돕는 자리에 두는 편이 오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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