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하다 자꾸 조는 게 문제일까
명상을 시작한 분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앉으면 존다"입니다. 5분도 안 돼 고개가 떨어지고, 정신을 차려 보면 10분이 지나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대개 같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나는 명상에 소질이 없구나.
그런데 명상 중의 졸음은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명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1. 명상하면 졸린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평소 생각하고 긴장하며 지낼 때 뇌파는 베타파 상태에 있습니다. 명상으로 몸과 마음이 풀리기 시작하면 뇌파는 알파파로 내려가고, 더 깊은 명상에 들어가면 세타파까지 떨어집니다.
세타파는 잠들기 직전의 상태와 가까운 영역입니다. 그래서 명상이 깊어질수록 자연스럽게 잠이 올 수 있습니다. 특히 초보자는 이 문턱에서 깊은 명상보다 잠 쪽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깨어 있는 채로 세타 상태에 머무는 것은 연습이 쌓여야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오래 수련하고 지도해 보면, 명상을 하다 든 잠은 몸과 에너지가 회복되는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긴장이 충분히 내려간 상태에서 잠으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명상하다 졸았다고 그 시간을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2. 매번 잠만 든다면, 밤잠도 함께 봅니다
다만 앉기만 하면 곧바로 곯아떨어진다면 수면이 모자란 것일 수 있습니다. 잠이 부족한 상태로 조용한 방에 눈을 감고 앉으면, 몸은 지금을 잘 시간으로 받아들입니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 주에 유독 명상이 잠으로만 끝난다면 최근 며칠의 수면부터 봅니다. 이때는 명상을 탓할 일이 아니라 잠을 먼저 채우는 편이 빠릅니다.
3. 잔 것인지 깊이 들어간 것인지는 '일어날 때' 갈립니다
수면이 충분한데도 의식이 흐려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건 잠일 수도 있고, 깊은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앉아 있는 동안에는 둘이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둘 다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둘 다 생각이 끊깁니다.
구분은 끝난 뒤에 드러납니다.
둘 다 나쁘지 않습니다. 잤다면 몸이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고, 깊이 갔다면 잘된 것입니다. 다만 구분해 두면 지금 내 명상이 어디쯤 와 있는지, 다음에 무엇을 조정할지가 보입니다.
이걸 눈으로 보고 싶다면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명상이 끝나고 첫 1분의 몸 상태를 한 단어로만 적습니다. '활력' 또는 '피곤'. 일주일이면 패턴이 보입니다. '피곤'이 자주 적히면 수면을, '활력'이 섞이기 시작하면 지금 하는 방식을 유지하시면 됩니다.
4. 잠 대신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을 때
피곤한 날이라면 그 잠을 쉬는 시간으로 받아들여도 됩니다. 하지만 잠으로 넘어가지 않고 깨어 있는 채로 더 깊이 가 보고 싶다면, 억지로 정신을 차리려 애쓰는 것보다 몸과 초점을 다시 세우는 편이 효과가 확실합니다.
5. 들락날락하는 것은 고장이 아닙니다
집중이 이어지지 않고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것을 실패로 여기는 분이 많습니다. 한 시간 앉아서 열 번 나왔다 들어간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이 명상의 보통 모습입니다.
나왔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의 순서만 정해 두시면 됩니다.
이 세 줄이면 충분합니다. 나온 것을 자책하는 데 쓰는 시간이 오히려 더 깁니다.
6.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느낌에 대해
몇 달, 몇 년을 해도 특별한 체험이 없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건 잘못한 것이 아닙니다. 명상은 기술에 가까워서 시간이 듭니다. 테니스 서브를 3주 배우고 에이스를 기대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한 가지만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어려울수록 시간을 줄이는 대신 늘리는 편이 낫습니다. 자연스럽게 가라앉는 순간은 대개 한참 앉아 있은 뒤에 옵니다. 10분에서 끝내면 그 문턱까지 못 가고 매번 되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체험"에 대한 그림을 미리 그려두면, 그 그림과 다른 것은 전부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됩니다. 멍한 상태나 끊이지 않는 생각도 그 자리를 보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7. 오늘 명상이 됐는지는 이렇게 확인합니다
앉아 있는 동안의 느낌으로 채점하지 않습니다. 생각에 시달렸어도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끝내고 일어설 때 세 가지만 봅니다.
셋 중 하나라도 있으면 그날 명상은 된 것입니다.
다만 명상 중이나 직후에 구토, 열, 어지러움이 반복된다면 시간을 줄이고 진료를 받아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런 증상을 수행의 과정으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정리
혼자 앉는 시간이 자꾸 흐지부지된다면 안내를 따라가는 편이 쉽습니다. 짧은 명상부터 단계별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위코스모에 정리해 두었고, 처음이라면 위코스모 가이드부터 보시면 됩니다. 앉는 것 자체가 힘든 날에는 몸을 먼저 푸는 순서를, 잘하려는 마음이 방해가 될 때는 그냥 앉기를 함께 읽어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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