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명상 하는 법 — 108배를 운동 말고 명상으로 하려면, 절마다 붙일 한 마디부터 정하세요
절 명상을 하자고 하면 처음 오신 분들의 얼굴이 조금 굳습니다. 절에서 하는 그 절인지, 제사 때 하는 그 절인지, 종교가 없는데 해도 되는지를 먼저 묻습니다.
절은 운동으로도 많이 합니다.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댔다가 다시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하니 하체와 아랫배를 끝까지 씁니다. 배꼽 아래, 운동에서 코어라고 부르는 자리에 힘이 붙으면 몸이 저절로 세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명상으로 하려면 횟수보다 먼저 정할 것이 있습니다. 절 한 번마다 소리 내어 붙일 한 마디입니다.
수업에서 실제로 쓰는 순서대로 적었습니다. 시작 전 발과 무게중심 점검, 절 한 번의 동작, 몇 번이 아니라 몇 분을 할지, 한 마디 고르는 법, 끝나고 앉아서 바라보는 시간까지입니다.

절은 종교 의식이기 전에 내려놓는 동작입니다
수업에서는 절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종교가 생기기 전부터 우리나라에 내려오던 수행법이고, 동작마다 뜻이 있다고요.
몸을 낮추며 내려가는 것은 나를 내려놓는다는 뜻입니다. 이때 내려놓는 나는 진짜 나가 아니라, 나라고 여기며 살아온 것들입니다. 생각과 감정, 살면서 굳어진 관념과 신념, 그리고 몸까지요. “나의 몸과 생각과 감정은 내 것이지 내가 아니다.” 절은 이 문장을 한 번 할 때마다 몸으로 확인하는 일입니다.
종교가 있다면 그 언어로 바꿔 생각해도 됩니다. 불교라면 내 안의 불성을 드러내고 나머지를 닦아 내는 일이고, 기독교라면 하나님의 마음만 남기고 헛된 것을 내려놓는 일입니다. 종교가 없다면 내 안의 순수한 본성, 참나를 만나는 일입니다. 부르는 이름은 달라도 가리키는 자리는 같습니다.
하나만 분명히 해 둡니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내 생각이나 감정을 미워하거나 없애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을 '나'의 자리에서 한 걸음 떨어뜨려 바라보는 것입니다. 바라볼 수 있으면 놓을 수 있습니다.
같은 동작이라도 이 뜻을 알고 하는 것과 그냥 하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절 명상은 동작보다 뜻을 먼저 이야기하고 시작합니다.
시작 전 몇 분 — 발 모양과 무게중심부터
절에서 발 모양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같은 동작을 수십 번 반복하기 때문에, 처음 선 자세가 틀어져 있으면 그 틀어짐도 수십 번 반복됩니다.
손과 발, 아랫배가 따뜻해지고 머리가 시원해지면 잘 되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가슴이나 머리가 뜨겁고 어지러우면 긴장이 아직 풀리지 않아 기운이 위로 몰린 것입니다. 숨을 길게 내쉬며 뜨거운 기운이 아래로 내려간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어지러우면 그날은 절을 멈추고 앉아서 숨만 고릅니다.
절 한 번의 순서
시선은 45도 아래쪽 바닥에 두고 눈을 반쯤 떠도 되고, 감아도 됩니다.
몇 번이 아니라 몇 분 — 20분이면 50배에서 100배
108배는 많이 알려진 숫자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108이라는 숫자를 목표로 두면 절이 숫자 세기가 됩니다. 마음은 남은 숫자에 가 있고, 속도는 빨라지고, 무릎과 허리가 먼저 지칩니다.
수업에서는 횟수 대신 시간을 정합니다. 20분입니다. 빨리 하면 100배쯤, 천천히 하면 50배쯤 됩니다. 몇 번을 했느냐가 아니라, 각자 몸에 맞는 속도로 20분을 채웠느냐가 기준입니다. 108배는 처음부터 세우는 목표라기보다, 몸이 익으면 따라오는 결과에 가깝습니다.
절하는 방법도 한 가지가 아닙니다. 수업에서 쓰는 절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처음이라면 마지막 방법을 권합니다.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는 동안 마음이 붙들 곳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절마다 붙일 한 마디 고르는 법
한 마디는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나에게 와닿는 말이면 됩니다. 수업에서 자주 쓰는 말은 이렇습니다.
머릿속으로만 하지 말고 소리 내어 말합니다. 처음에는 쑥스럽습니다. 실제로 “뭔가 부끄러워요”라고 말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 쑥스러움이 올라오는 것까지 바라보면서 하는 것입니다.
'용서합니다'와 '용서하십시오'는 다릅니다
어느 수업에서 한 분이 요즘 마음에 걸린 일을 꺼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기 생각을 적었는데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와 거센 말을 쏟아냈다고 했습니다. 그런 뜻으로 쓴 글이 아니었는데 더는 말을 이어 갈 수 없었고, 답답했고, 이렇게까지 욕을 먹어야 하나 싶었다고요.
그분과 먼저 그 사람들의 자리에서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얼마나 울분을 토할 데가 없으면 그렇게라도 쏟아낼까. 그렇게 보면 미움보다 연민이 조금 먼저 올라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사람들을 떠올리며 “용서합니다”를 해 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용서합니다”는 내 쪽에서 상대에게 하는 말입니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자리가 그대로 남습니다. 그래서 말을 바꿨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나와 너와 우리 모두가 서로를 용서하기를 바라는 말입니다. 내가 그 사람을 용서하기도 하고, 그 사람이 나를 용서하기도 하고, 내가 나를 용서하기도 합니다. 누가 맞았는지 따지는 자리를 내려놓는 말입니다.
누군가를 용서하려는데 잘 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말 끝을 바꿔 보세요. 같은 절이라도 몸에 실리는 마음이 달라집니다.
'나는 누구입니까'는 답을 맞히려는 질문이 아닙니다
다른 분은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길을 걸을 때 발걸음에, 손을 씻을 때 손등을 지나는 물에 마음을 두면 그 순간은 고요한데, 금세 지난 일과 앞날 생각 속으로 다시 끌려간다고요. 책으로 읽어서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분께는 “나는 누구입니까”를 권했습니다. 내 안에 묻는 질문입니다. 머리로 정리된 답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머리로 아는 차원에서 몸과 마음 전체로 아는 차원으로 넘어갈 때까지 계속 묻는 것입니다. 그 넘어감은 어느 순간 한꺼번에 오기도 합니다. 그때까지는 질문을 품고 절을 반복합니다.
아무 느낌이 없었다면, 그것도 볼거리입니다
20분 절을 마치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 자주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 느낌이 없었어요.”
한 분은 “사랑합니다”를 했는데 아무 느낌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왜 그랬을지 물으니, 사랑한다는 뜻에는 집중하지 않고 몸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번 더 물었습니다. 왜 굳이 그 뜻을 담지 않으려 했을까요. 정답을 드리려는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그 말을 비켜 간 마음이 무엇이었는지가 그분의 다음 수련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용서하십시오”를 한 다른 분은 하는 동안 용서해야 할 사람들이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용서를 바라는 만큼 누군가도 나의 용서를 바라고 있을 텐데, 나는 왜 그걸 주저할까. 마음을 가로막는 것이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더 봐야겠다고 했습니다.
절 명상이 주는 것은 개운함만이 아닙니다. 한 마디에 내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디서 막히는지가 보입니다. 막히는 자리가 보였다면 그날 절은 잘한 것입니다.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오신 분들은 몸을 털고 절을 하는 동안에도 끝까지 긴장이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몸인데도 어디에 힘이 들어가 있는지 잘 느껴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걸 바라볼 수 있게 되면 놓을 수도 있습니다. 몸에서 놓으면 마음에서 놓이고, 마음에서 놓으면 몸에서 놓이는 것이 있습니다. 둘은 이어져 있습니다.
끝나고 바로 일어나지 말고, 앉아서 바라봅니다
절로 몸을 다 쓰고 난 뒤라 앉아 있기가 한결 쉽습니다. 몇 분이라도 이 시간을 건너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절하는 동안 올라온 것을 여기서 봅니다.
이런 날은 엎드리지 말고 앉아서 합니다
절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까지 숙였다가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합니다. 무릎이나 허리가 아프거나 다친 뒤 회복 중일 때, 의사에게 엎드리거나 머리를 숙이는 자세를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의자에 앉아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한 마디만 소리 내어 반복해도 됩니다. 절 명상에서 남는 것은 횟수가 아니라 한 마디와, 그 말에 반응하는 내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혼자 시작한다면
혼자 하는 수련은 고요하고 평온합니다. 다만 혼자서는 내가 어디서 막히는지 보기 어렵습니다. 처음 몇 번은 안내를 따라 해 보는 편이 빠릅니다.
짧은 안내 명상부터 시작하고 싶다면 위코스모에 따라 할 수 있는 명상이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위코스모 이용 가이드부터 보세요. 위에 적은 순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하고 싶다면 절 명상 따라하기 영상도 있습니다. 앉아서 바라보는 동안 자꾸 졸음이 온다면 명상하다 조는 게 문제일까를 함께 보셔도 좋습니다.
보통리가 만드는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