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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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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던 때, 얼떨결에 혼자 명상 비슷한 것을 한 적이 있습니다.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누워서 제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한 편 보듯 쭉 그려 봤습니다.

그때 저에게는 분명한 꿈이 있었습니다. 유학을 가고, 이름난 디자이너로 성공해서 이름을 날리고, 돈도 많이 버는 것. 상상 속에서 그 꿈은 차례차례 다 이루어졌습니다. 패션쇼를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가정도 화목했습니다.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전원주택이었습니다.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할머니, 그게 제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평화로웠습니다. 좋았습니다. "됐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 물음표 하나가 새겨졌습니다.

"이게 맞나?"

원하는 게 다 이루어졌는데 왜 이런 생각이 들까. 더할 나위 없이 잘된 이야기인데,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 그 허전함이 무엇인지 그때는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시골집 툇마루에 놓인 빈 흔들의자와 책 한 권
시골집 툇마루에 놓인 빈 흔들의자와 책 한 권

그 물음표가 저를 명상으로 데려갔습니다

그 무렵 깊은 명상을 체험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가 보라고, 가 보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던 사람이 저였습니다.

그런데 그 물음표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래,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는 한번 찾아봐야겠다" 하고 그 과정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명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이것입니다. 그 뒤로는 그때 찾은 답을 따라 살고 있습니다.

그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은 하나입니다. 살면서 "이게 됐으면 좋겠다, 돈 많이 벌었으면, 성공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들이 사실은 진짜 내 마음과 다를 수 있다는 것.

바라는 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머리로 세운 목표와 마음 깊은 곳에서 원하는 것이 늘 같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그 둘이 어긋나 있으면, 목표를 다 이뤄도 무언가가 비어 있습니다.

목적지가 맞는지 먼저 확인하기

인생을 흔히 항해에 비유합니다. 어딘가 목적지가 있어서 가는 배와, 목적지 없이 떠 있다가 파도가 치는 대로 흘러가는 배. 두 배에 탄 사람의 심정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목적이나 방향 없이 그냥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 한 번씩 허한 기분이 드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런데 목적지가 있다고 끝이 아닙니다. 그 목적지가 정말 내가 원하는 곳인지 한 번 더 확인해야 합니다. 죽을 힘을 다해 거기까지 갔는데, 도착해서야 "여기가 아니었네" 하게 되는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목표만 들여다봐서는 이게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가 그랬습니다. 꿈이 이루어지는 장면까지는 전부 좋았습니다. 물음표가 생긴 곳은 그다음, 다 이룬 뒤 흔들의자에 앉은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머리로 짠 시나리오는 완벽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올라온 느낌은 그 시나리오를 따라 주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물으면

그래서 저는 이 명상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묻는 명상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에 답하게 합니다.

삶을 마치고 건너가는 순간을 그려 보면, 그 끝에서 듣고 싶은 말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말이 오늘을 사는 방향이 됩니다.

죽음을 떠올린다고 하면 어둡고 무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명상에서 마지막 장면은 겁을 주려는 장치가 아니라 거울에 가깝습니다. 목표 목록은 얼마든지 그럴듯하게 쓸 수 있지만, 인생의 끝에 앉아 있는 나를 마주하면 그 목록이 정말 내 것이었는지가 드러납니다.

인생의 마지막 장면까지 그려 보는 명상

명상 수업에서 이 명상을 안내할 때의 순서를 그대로 옮깁니다. 처음이라면 방해받지 않는 30분 정도를 잡고, 종이와 펜을 옆에 둡니다.

  • 지나온 인생 훑기.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장면 가운데 굵직한 것들을 떠올립니다. 그때를 다시 그려 보면서 혼자 적어 봅니다. 누구에게 보여 줄 것이 아니니 좋았던 일도, 아팠던 일도 그대로 씁니다.
  • 지금으로 돌아오기. 눈을 감고,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에 들어오고 나가는 숨과 몸에 먼저 집중합니다.
  •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장면. 내가 원하는 것, 이루고 싶은 것, 꿈과 비전, 소망이 시간 순서대로 차곡차곡 이루어지는 모습을 그립니다. 준비하는 과정, 이루어진 모습, 그 뒤의 내 모습까지. 잘 그려지지 않으면 영화관에 앉아 스크린에 내 모습을 띄운다고 상상하고 영화 보듯 바라봅니다. 1년 후, 2년 후, 이렇게 한 칸씩 쌓아 갑니다.
  • 다 이루어졌을 때를 느끼기. 바라던 일이 모두 이루어졌습니다. 그때 내가 느낄 감정, 만날 사람들, 하고 있을 생각을 지금 느껴 봅니다.
  • 그 이후, 마지막까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진 다음의 삶을 이어서 그립니다. 죽기 직전까지의 내 모습을 천천히.
  • 마지막 장면에서 묻기.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어떤 모습인가요? 그때 나는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내 인생을 느끼고 있나요? 그 끝에서 나는 어떤 말을 듣고 싶나요?
  • 숨으로 마무리하고 적기.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입 사이로 천천히 내쉬기를 두 번 합니다. 천천히 눈을 뜨고, 방금 그린 것을 간단히 메모합니다.
  • 메모할 때 볼 것

  • 어느 장면에서 마음이 가장 편했나. 목표를 이룬 장면이 아니라 그 과정의 어떤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 어느 장면에서 허전했나. 저처럼 "이게 맞나"가 올라왔다면 그 장면을 적어 둡니다.
  • 끝에서 듣고 싶었던 말. 그 말이 가리키는 쪽이 지금 좇는 목표와 같은 방향인지 봅니다.
  • 지나온 인생을 적을 때는 부정적인 기억도 피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사람은 자기의 좋은 면만 보고 싶어 하지만, 외면한 것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직면하고 "이런 게 나한테 있구나" 알아차리고 나서야 그다음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수업에서 이렇게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면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더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물음표가 떠올랐다면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그 물음표가 입구였습니다.

    짧은 명상은 물음표까지, 답은 깊은 명상에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위 순서는 잠깐씩 눈을 감고 상상해 보는 정도입니다. 이것만으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의 답까지 나오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내면 깊숙이 들어가서 그 답을 찾으려면, 저는 최소 6시간 정도는 잡고 하는 명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짧은 명상의 역할은 물음표를 발견하는 것까지입니다. 목적지가 맞는지 의심이 생겼다면, 그다음은 시간을 따로 내어 더 깊이 들어가 보는 일입니다. 저에게는 그게 명상의 첫걸음이었습니다.

    한 가지만 덧붙입니다.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마음이 많이 가라앉아 있는 시기라면, 마지막 장면까지 가지 말고 미래 장면에서 멈춘 뒤 숨으로 돌아와도 됩니다. 마지막 장면은 마음에 여유가 생겼을 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정리

  • 목표를 다 이뤄도 허전하다면, 그 목표가 진짜 내 마음과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을 수 있습니다.
  • 목표만 들여다보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룬 다음, 인생의 마지막 장면까지 가 봐야 보입니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물으면 어떻게 살 것인가가 보입니다. 끝에서 듣고 싶은 말이 오늘의 방향이 됩니다.
  • "이게 맞나"라는 물음표는 실패가 아니라 입구입니다.
  • 짧은 명상은 물음표를 찾는 데까지, 답은 시간을 따로 낸 깊은 명상에서 찾습니다.
  • 혼자 순서를 따라가기 어렵다면 위코스모에 5분 명상부터 안내를 정리해 두었고, 처음이라면 위코스모 가이드부터 보시면 됩니다. 수업에서 이 명상을 안내한 영상(25분)도 남겨 둡니다. 성공이나 돈으로 채워지지 않는 자리에 대해서는 결핍이 있어서 행복한 게 아닐까에 따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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