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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Ori 게임, 직접 못 해도 옆에서 보기만 해도 즐거웠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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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이 어려워서 제가 직접 하기는 힘든 게임이 있습니다. Ori라는 게임입니다.

얼마 전 다른 사람이 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기만 했습니다. 제 손으로는 한 번도 조작하지 않았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게임을 잘 못 해서 "나는 게임이랑 안 맞아" 하고 한 발 물러나 계셨던 분이라면, 게임을 즐기는 길이 하나 더 있다는 이야기로 읽어 주셔도 좋겠습니다. 왜 보기만 해도 즐거웠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지금 제가 만들고 있는 게임에 어떤 기준이 되었는지 적어 보겠습니다.

Ori는 어떤 게임인가

아래는 공개된 정보를 확인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Ori는 Moon Studios가 만든 2D 액션 플랫포머입니다. 플랫포머는 뛰고, 벽을 타고, 매달리며 길을 찾아 나아가는 게임을 말합니다. 첫 편 Ori and the Blind Forest(우리말로 옮기면 '오리와 눈먼 숲')가 2015년에, 두 번째 편 Ori and the Will of the Wisps('오리와 도깨비불의 의지')가 2020년에 나왔습니다. 두 편 모두 Xbox와 PC, 닌텐도 스위치로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게임은 손이 바쁩니다. 점프 타이밍을 맞추고, 공중에서 한 번 더 뛰고, 벽에 붙었다가 떨어지는 동작이 쉬지 않고 이어집니다. 게임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높은 문턱입니다.

쉬움 모드를 고르면 되지 않을까

먼저 알아 두면 좋은 사실이 있습니다. 두 편 모두 쉬움 모드가 있습니다. 첫 편은 2016년에 나온 확장판(Definitive Edition)에서 쉬움·어려움, 그리고 목숨이 하나뿐인 모드가 더해졌고, 두 번째 편은 시작할 때 쉬움·보통·어려움 중에서 고릅니다.

그런데 두 번째 편의 난이도는 전투에서 주고받는 피해량을 바꾸는 장치입니다. 쉬움을 고르면 적이 덜 아프게 때리고 내 공격은 더 세집니다. 하지만 점프하고 매달리는 길 자체는 그대로입니다. 가시나 함정에 닿았을 때 받는 피해만 조금 달라질 뿐입니다. 출시 때 기준으로, 한 번 고른 난이도는 그 판을 끝낼 때까지 바꿀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조작이 어려운 사람에게 쉬움 모드가 다 풀어 주지는 못합니다. 적은 덜 아파도 손가락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프는 그대로 남으니까요. 이럴 때 옆에서 보는 것도 이 게임을 즐기는 한 방법입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보는 사람까지 즐거운 다섯 가지

왜 보기만 해도 재미있었을까 생각해 보니, 다섯 가지가 따로 놀지 않고 한데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소리, 이야기, 기믹, 레벨 디자인, 그래픽입니다. 게임 말이 낯선 분도 알아듣기 쉽게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소리 — 배경 음악과 효과음입니다. 조작하는 사람은 화면과 손끝에 정신이 쏠리지만, 보는 사람은 손이 비어 있으니 소리를 온전히 듣게 됩니다. 장면이 바뀔 때 음악이 분위기를 함께 바꿔 주면, 보는 사람은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장면 안에 들어가 있게 됩니다.

이야기 — 주인공이 왜 이 길을 가는지입니다. 하는 사람이 다음 점프에 집중하는 동안 보는 사람은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같은 화면을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보고 있는 셈입니다.

기믹 — 게임에서 자주 쓰는 말로, 그 구간에만 있는 특별한 장치나 규칙을 뜻합니다. 밟으면 튀어 오르는 발판, 시간이 지나면 무너지는 바닥, 새로 얻은 능력이 있어야 넘을 수 있는 벽 같은 것들입니다. 새 장치가 나올 때마다 "이번엔 저걸 이렇게 쓰는구나" 하고 알아채는 재미가 있어서, 보는 사람도 퍼즐을 함께 푸는 기분이 듭니다.

레벨 디자인 — 한 구간을 어떻게 짜 놓았는지입니다.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어려운 곳과 쉬어 가는 곳이 어떤 순서로 오는지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긴장과 쉼이 번갈아 오면, 보는 사람도 같이 숨을 참았다가 내쉬게 됩니다.

그래픽 — 화면에 보이는 그림입니다. Ori는 만든 쪽에서도 그림과 이야기를 앞세운 게임입니다. 첫 편에 쉬움 모드를 더할 때 Xbox 공식 소식은 "어떤 실력의 사람이든 몰입감 있는 그림과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게 된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둘이 뛰어난 게임은 많습니다. 제가 Ori를 보며 느낀 것은 다섯 가지가 서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옆에서 보는 사람까지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같이 보기 좋은 게임을 고르는 다섯 가지 질문

한 사람은 게임을 하고 한 사람은 옆에서 보는 시간이 있다면, 위의 다섯 가지를 질문으로 바꿔 보면 옆에서 보기에도 좋은 게임인지 가늠하기 쉽습니다.

  • 소리 — 소리를 끄면 재미가 확 줄어드는가.
  • 이야기 — 하는 사람이 왜 그 길을 가는지 옆 사람도 알 수 있는가.
  • 기믹 — 새 장치가 나왔을 때 보는 사람도 "아, 저렇게 쓰는구나" 하고 알아챌 수 있는가.
  • 레벨 디자인 — 긴장되는 구간과 쉬어 가는 구간이 번갈아 오는가.
  • 그래픽 — 멈춰 있는 화면만 봐도 볼 만한가.
  • 조작이 서툰 사람은 게임 앞에서 늘 구경꾼 자리에 있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이 질문에 "예"가 많이 나오는 게임이라면 그 자리도 충분히 즐거운 자리가 됩니다.

    그래서 지금 만드는 게임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위코스모에서 명상을 놀이처럼 하는 마음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명상을 게임으로 만들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뉴콘텐츠아카데미 과정에서 만든 소울다이브가 첫 실험이었습니다.

    위코스모 마음 게임 Spirise(스피라이즈)의 표지 — 어두운 땅밑에서 빛이 내려오는 위쪽을 올려다보는 작은 주인공
    위코스모 마음 게임 Spirise(스피라이즈)의 표지 — 어두운 땅밑에서 빛이 내려오는 위쪽을 올려다보는 작은 주인공

    지금 위코스모에 올라가 있는 대표 게임은 Spirise(스피라이즈)입니다. 마음이 너무 시끄럽던 밤, 빛 한 점 없는 땅밑에 떨어진 주인공이 숨으로 흙을 파며 위로 올라가는 이야기입니다. 누르는 동안 들이쉬고, 떼면서 길게 내쉬면 흙이 열립니다. 서두를수록 못 오르고, 숨을 고를수록 올라갑니다. 오르는 길에는 남이 한 말, 지난 장면 같은 마음의 조각이 가방에 붙고, 쉼터에서 그것을 꺼내 보고 가지고 갈지 내려놓을지 고릅니다. 한 단계는 몇 분이면 끝납니다.

    빠른 손이 아니라 고른 숨으로 나아가는 게임이라, Ori처럼 손이 바쁜 게임과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그래도 Ori를 보고 나서 기준이 하나 분명해졌습니다. 하는 사람도, 옆에서 보는 사람도 즐거운 게임. 소리와 이야기, 장치와 길, 그림이 따로 놀지 않고 한데 어우러지는 게임. 앞으로 만들어 갈 마음 게임은 이 기준에 비추어 보려고 합니다.

    Spirise가 어떤 게임인지는 위코스모 Spirise 소개 페이지에서 로그인 없이 볼 수 있고, 시작하려면 가입하면 됩니다. 가입은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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