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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수익 배분 약속, '계약서는 성과 보고 쓰자'는 말이 위험한 이유 —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정할 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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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잘되면 다 챙겨 주겠다"는 말만 믿고 일한 적이 있습니다. 끝이 좋지 않았습니다. 말만 믿었으니 손에 남은 글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누군가 수익을 나누자고 제안하면서 계약서는 "성과를 보고 나서 쓰자"며 미루면, 계약서를 쓰기 전에는 시작하지 말라고 권합니다. 저 자신에게도 같은 기준을 씁니다.

이 글은 그런 제안을 지금 받은 프리랜서, 1인 사업자, 크리에이터를 위해 썼습니다. 왜 '나중에 쓰자'가 위험한지,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글로 정해야 하는지, 그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면 되는지를 순서대로 적었습니다.

찻잔 두 개 사이에 펜과 함께 놓인 빈 종이 한 장 — AI로 만든 이미지
찻잔 두 개 사이에 펜과 함께 놓인 빈 종이 한 장 — AI로 만든 이미지

'성과 보고 쓰자'는 결국 '안 쓰자'가 되기 쉽습니다

처음 들으면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아직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을 나눌지 정하는 게 어색하니까요. 그런데 두 갈래로 나눠 보면 그 말의 끝이 보입니다.

성과가 나지 않으면 계약서를 쓸 이유가 사라집니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은 아무 기준 없이 없던 일이 됩니다. 나눌 게 없으니 따질 것도 없다는 말로 정리되기 쉽습니다.

성과가 나면 이번에는 나눌 몫이 구체적인 돈이 됩니다. 숫자가 눈앞에 보이면 비율을 정하는 일은 처음보다 훨씬 어려워집니다. 게다가 일을 이미 해 준 쪽은 협상할 카드가 거의 없습니다. 내가 보탠 것은 벌써 상대의 손에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도 한몫합니다. 누가 무엇을 얼마나 했는지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각자 편한 쪽으로 조금씩 바뀝니다. 누가 나빠서가 아니라 사람이 원래 그렇습니다.

그래서 '성과를 보고 쓰자'는 말은 어느 쪽으로 가든 계약서가 써지지 않는 구조입니다.

말로 한 약속도 약속이지만, 내용이 비어 있습니다

말로 한 약속도 계약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가 없다고 약속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어려운 건 나중에 무엇을 약속했는지 보여 주는 일입니다. 약속이 있었다고 말하는 쪽이 그 내용을 증명해야 하니까요.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잘되면 챙겨 주겠다"는 말에는 애초에 내용이 없습니다. 무엇이 '잘된 것'인지, '챙긴다'가 얼마인지, 언제 주는지 정해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내용이 없는 약속은 증명할 것도 없습니다. 희망은 주지만 아무것도 확정하지 않는 약속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글로 정할 7가지

거창한 법률 용어는 필요 없습니다. 아래 일곱 가지에 답이 적혀 있으면 됩니다. 예시 문장의 비율은 일부러 비워 두었습니다. 숫자는 일의 성격과 서로의 몫에 따라 정할 일이고, 중요한 건 숫자가 '적혀 있느냐'입니다.

1. 무엇의 몇 %인가 — 매출의 몇 %인지, 비용을 뺀 이익의 몇 %인지부터 정합니다. 이익이라면 어떤 비용을 빼는지도 적습니다. 빼는 비용의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같은 비율이라도 받는 돈은 얼마든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예: "판매 매출(환불분 제외)의 ○○%" 또는 "매출에서 광고비와 제작비만 뺀 금액의 ○○%"

2. 언제부터 나누는가 — 첫 매출부터인지, 들인 돈을 먼저 회수한 뒤부터인지 정합니다. 회수한 뒤부터라면 그 계산을 누가 어떻게 하는지도 함께 적습니다.

3. 언제, 어떻게 받는가 — 정산 주기와 입금일을 적습니다.

예: "매월 말일 마감, 다음 달 10일까지 입금"

4. 숫자를 볼 수 있는가 — 정산할 때 매출과 비용 자료를 함께 받기로 정합니다. 이 항목이 없으면 %는 상대가 알려 주는 숫자일 뿐입니다. 의심해서 넣는 조항이 아니라, 서로 같은 숫자를 보고 이야기하기 위한 조항입니다.

5. 성과가 없을 때 내 시간은 어떻게 되는가 — 배분만 받고 일하면, 성과가 나지 않을 때 내 시간은 0원이 됩니다. 그 위험을 알고 감수하는 것과 모르고 떠안는 것은 다릅니다. 최소한의 실비나 착수금을 받을지, 받지 않는다면 몇 달 뒤에 조건을 다시 이야기할지 날짜를 정해 둡니다.

6. 언제까지 나누는가 — 이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인지, 1년인지, 상대가 그 사업을 계속하는 동안인지 기간을 적습니다. 기간이 없으면 끝나는 시점도 상대가 정하게 됩니다.

7. 끝날 때는 어떻게 하는가 — 중간에 일이 멈추거나 어느 한쪽이 빠지면 그때까지의 몫은 어떻게 하는지 정합니다. 내가 만든 결과물, 그러니까 디자인·사진·글·영상 같은 것을 누가 계속 쓸 수 있는지도 여기에 적습니다. 관계가 끝날 때 가장 많이 다투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일곱 개를 다 채우기 어렵다면 적어도 1, 3, 4번은 시작 전에 정하세요. 무엇의 몇 %를, 언제, 어떤 숫자를 보고 받는지만 적혀 있어도 '챙겨 주겠다'는 말은 확인할 수 있는 약속이 됩니다.

계약서는 A4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계약서라고 해서 몇 장짜리 문서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위 항목을 A4 한 장에 적고 두 사람이 이름을 쓰고 서명하면 됩니다.

그마저 부담스러운 자리라면, 이야기를 나눈 날 문자나 메일로 "오늘 이야기한 내용 정리해 보내 드려요"라며 항목을 적어 보내고, 상대에게 "네, 맞아요"라는 답을 받아 두세요. 그렇게 남은 기록도 나중에 무엇을 약속했는지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다만 금액이 크거나 지분·투자까지 얽혀 있다면, 한 장짜리 정리로 끝내지 말고 서명 전에 전문가에게 문서를 한 번 보여 주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약서를 꺼내는 말

계약서 이야기를 못 꺼내는 이유는 대개 관계가 어색해질까 봐서입니다. 상대를 못 믿는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계약서는 상대를 의심해서 쓰는 문서가 아니라, 오래 같이 일하려고 쓰는 문서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됩니다.

"좋은 제안 감사해요. 저도 길게 같이 하고 싶어서, 시작하기 전에 나누는 기준만 한 장으로 적어 두면 좋겠어요."

"성과를 보고 정하자"는 답이 돌아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성과가 나오면 숫자가 커져서 그때 정하는 게 오히려 더 어려워요. 비율이랑 정산 날짜만 지금 적어 두고, 나머지는 나중에 같이 고쳐요."

그래도 끝까지 미룬다면, 그 반응 자체가 답입니다. 정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한 장을 미루지 않습니다. 그때는 시작하지 않는 것도 충분히 좋은 선택입니다.

제 일에서도 같은 기준을 씁니다

저는 웨딩 본식 촬영을 할 때 촬영 전에 계약서를 씁니다. 예식은 다시 찍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찍는지, 무엇은 포함되지 않는지, 사진을 언제 넘기는지, 사진의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지를 서로 문서로 확인해 두면 촬영 당일에 기대가 어긋날 일이 줄어듭니다. 이 내용은 촬영 요금 계산 기준을 공개한 글에도 적어 두었습니다.

해 보면 계약서는 상대를 묶는 문서라기보다, 두 사람이 같은 기대를 갖고 출발하게 해 주는 문서에 가깝습니다. 수익을 나누는 약속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나눌 것이 아직 없을 때가 오히려 가장 편하게 정할 수 있는 때입니다.

정리하면

희망만 주고 아무것도 확정하지 않는 약속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약서로 바꿔 두어야 나를 지킬 수 있습니다.

지금 그런 제안을 받았다면 위 일곱 가지 가운데 몇 개에 답이 있는지 세어 보세요. 비어 있는 칸이 많을수록, 시작은 그 칸을 채운 뒤로 미루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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